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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에 대하여

상실에 대하여

오랜만에 글이 쓰고 싶어졌다.
요즘 부쩍 "문사철"을 읽는다고 설쳐댄 탓일까, 조금은 의식적으로 생각을 더하려 한 탓일까 이유는 모르겠다. 도메인을 새로 구매하고 낡디 낡은 블로그 앱을 켰다. 예전에 쓴 글들을 보며 이것들을 지우고 블로그를 새로 만들까 고민했지만 부끄러워도 그것 조차 나이기에 그냥 내비두었다.

오늘이 며칠이지, 핸드폰을 켜서 날짜를 보아도 잘 와닿지 않는다. 비가 쏟아지고 모기가 내 몸 여기저기를 쏘아대서야 조금은 체감이 되는 것 같다. 아니? 그마저도 지금 글을 쓰면서 느꼈다.
언젠가 출근하며 심어진 모종이, 지금은 무성하다 못해 꽃이 피고 이미 진 것이다. 이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이 든다. 내일은 조금 더 오늘을 느껴야지 다짐하지만 다음날도 정신없이 지나친다.

입버릇

요즘 입버릇처럼 붙은 말이 있다. 아쉬운 거죠 라는 말, 적어도 하루에 세번씩은 하지 않을까 싶다.
사소하게는 내가 먹고싶던 점심 메뉴를 다수결로 인하여 먹지 못하는 일부터, 남들이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의 일까지 그런 안부를 물을 때 항상 아쉬운 거죠 란 말을 뱉곤 한다. 너무 자주 뱉어버려서 하루는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았다.
바쁜 일상 탓에 여유가 없기에 하는 빠른 포기인지,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것인지 그렇다면 실망할 용기가 없던 건 아닐지?

이런 의문에 무색하게 주변사람들은 나의 추구미에 가깝게 나를 바라봐주곤 한다.
나는 강인하되, 겉으로는 진지함과 거리가 먼 가벼운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 외유내강, 스스로도 그럴듯하다 여겼다.

하루는 동료와 밥을 먹으면서 팀에서 혼자 책임지고 의사결정하는 과정이 아직은 낯설고 어렵다는 말을 하시길레 나 또한 매순간 흔들리고 항상 용기가 필요하다 하였다. 그랬더니 전혀 그런 티가 나지 않았다고 말해주었고 그 말에 나는 안도하면서도, 사실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 봐준다는 게 조금 부끄러웠다.

좀 더 비싼 돈을 주고 공원 앞의 집을 구한 것도, 영양제처럼 두통약을 먹는 것도, 문사철을 읽고 운동의 필요성이나 느끼고 있는 것도 강인해지고 싶은 나름의 방법이었다.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인걸 알기에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꽤 오래전부터 연습하고 있다.
내게 주어진 바위를 매일 끙끙 밀다보면 분명 산을 넘었다 생각했는데 똑같이 되풀이되거나 왜 이번산은 더 가파른건지, 매일 밀었는데 왜 더 힘이 쌔지진 않았는지 원망스러워지곤한다. 원대한 과업이라도 있다면 이 바위를 왜 미는지는 알 텐데, 그마저도 알 수 없으니 더 막막하다. 그런 마음이 밖으로 나오진 않을까 진지해지는걸 멈추고 자주 농담을 뱉곤한다.

힘이 들수록 가벼워지려하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나는 그동안 잘 견디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은 것과 괜찮은 것은 다른 일이다. 분명 다른데 나는 아직 그 둘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여전히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 습관처럼 말한다.